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글짖기 대회 수상작

어느덧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가 한국에 출간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전천당은 20권까지 무사히 출간하여 시즌 1을 마치고 시즌 2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천당 출간 5주년을 맞아 실시한 글짓기 대회에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접수된 작품들을 읽으면서 <전천당>에 대한 어린이들의 열정과 창작을 향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저희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길벗스쿨은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통하여 어린이 여러분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짓기 대회에 참여해 주신 모든 어린이와 보호자님께 감사 말씀 드리며, 아래 수상자와 작품, 한줄평을 소개합니다.
  • 대상
    신소민(**초등학교 4학년) 대화 무지개 떡/주제: 내가 상상한 과자로 이야기 짓기
    한줄평
    “어린아이다운 고민을 잘 녹인 이야기예요.”
    “행동이나 말투가 등장인물 성격과 잘 어울리게 써서 더 재밌었어요.”
    “감동적인 결말에 눈물이 글썽였어요.”
  • 금상
    장윤서 (해오름초등학교 5학년) 대신 샤프/주제: 내가 상상한 과자로 이야기 짓기
    한줄평
    “동화 속 세계에 갇힐 뻔한 스토리가 섬뜩하면서 재밌었어요.”
    “주인공 스스로 <대신 샤프>를 버리고 현실로 돌아오는 결말이 인상적이에요.”
  • 은상
    신하윤 (꿈틀자유학교 5학년) 눈알젤리/주제: 내가 상상한 과자로 이야기 짓기
    한줄평
    “눈알젤리 과자 묘사가 뛰어나요.”
    “어린아이가 썼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직장인 마음을 잘 나타냈어요.”
    “혹시 미래에서 온 작가님..?”
  • 동상
    이다온 (가온초등학교 1학년) 달빛 과자/주제: 내가 상상한 과자로 이야기 짓기
    한줄평
    “키 크고 싶은 소망이 잘 담겼어요.”
    “재밌는 표현이 많아 미소 짓게 만드는 이야기예요.”
  • 인기상
    문소영 (여수 웅천초등학교 6학년) 시간, 그리고 죽음-타임라임/주제: 전천당에 나오는 과자로 이야기 짓기
    한줄평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서 감탄하며 읽었어요.”
    “전천당 속 <타임라임> 에피소드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스토리!”

수상작 살펴보기

  • 대상
    신소민(**초등학교 4학년) 대화 무지개 떡/주제: 내가 상상한 과자로 이야기 짓기
    3학년 시에노는 아주 소심하다. 너무 소심해서 친한 사이가 아닌 사람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음처럼 굳어 있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시에노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사귀고 싶은 친구 앞에서는 고개도 들지 못했다. 3학년 새 학기가 되면서 반이 바뀌었는데 1학년 때 시에노가 무척 애를 써 사귄 두 친구, 미에코와 다카기와는 다른 반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시에노에게는 고역이었다. 시에노는 3학년 일 년을 친구 없는 채로 쓸쓸하게 지내야 한다는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절대 안 된다. 마음이 맞는 친구 한 명은 있어야 하는데... 요즘 시에노가 마음에 두고 있는 아이는 사에루라는 남자아이였다. 사에루는 반장에다 체육 부장이었고 친절해서 여자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냥 말 한마디 건네는 건데, 그게 왜 그렇게 힘들까...”
    학교가 끝나자 오늘도 시에노는 반에서 1등으로 교문 밖에 나왔다. 부지런한 성격의 시에노는 등교할 때도 하교할 때도 첫번째였다. 시에는 땅만 보며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래서였을까? 항상 곧잘 다니던 공원으로 걸어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당황한 시에노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좁은 골목을 발견했다.
    “저기가 지름길일지도 몰라.”
    시에노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지름길은커녕 옛날 분위기의 작은 과자 가게를 마주하고 말았다. 그 순간 시에노는 집과 공원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무엇이든 하나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였다.
    어디선가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오늘의 행운의 손님이시군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떤 아주머니가 시에노 앞에 서 있었다. 아주머니는 자주색 기모노를 입고 알록달록한 유리 비녀를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에 꽂고 있었다.
    얼굴은 주름 한 점 없이 매끈했고 나이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아주머니의 위풍당당한 풍채에 눌려 시에노는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전..천당이요?”
    “네, 네 그렇습니다. 저희의 자랑인 과자 가게이지요.”
    아주머니는 여유롭게 말했다.
    집으로 가는 공원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시에노의 혀가 마음대로 움직였다.
    “저, 저는 너무 존재감이 없고 소심해서 친구도 잘 못 사귀어요. 친구와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말을 마친 시에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시에노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진지하게 시에노의 말을 듣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손님에게 안성맞춤인 과자가 있사옵니다.”
    아주머니는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 가지 과자가 있었다. <무지개 물엿>, <화장발 사과>, <해야 떠라 레몬>... 시에노가 과자 구경에 푹 빠져 버린 사이, 아주머니는 선반에서 작은 꾸러미를 하나 가져왔다.
    “이것은 <대화 무지개 떡>이옵니다. 이 무지개 떡을 드시면 훌륭한 말솜씨로 주변 친구들과 쉽게 대화할 수 있사옵니다. 어떠신가요?”
    시에노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얇은 한지로 싼 평범한 무지개 떡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것은 시에노에게 보물이었다. 시에노는 떡을 가로채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소리쳤다.
    “사, 살게요!”
    “네, 네. 가격은 1엔입니다. 단, 1998년에 발행된 1엔 동전이어야 합니다.”
    시에노는 아주머니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 있었다. 시에노는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네에, 오늘의 행운의 동전이 틀림없습니다. 자, 이제 이 <대화 무지개 떡>은 손님의 것입니다. 다만 설명서를 꼭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주의 사항은...”
    아주머니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시에노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배고파 죽을 지경이 된 시에노는 서둘러 한지를 벗겨 냈다. 떡은 알록달록 예뻤다. 가운데에는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모양 주위를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등등 여러 색깔이 둘러싸고 있었다. 시에노는 떡을 한입 베어 물었다.
    “으음!”
    떡은 아주 맛있었다. 아주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빨간색 부분은 딸기처럼 아주 달았고 주황색 부분은 오렌지처럼 톡 쏘는 맛이었다. 노란색은 레몬 맛, 초록색은 키위와 멜론 맛, 파란색은 블루베리 맛, 보라색은 포도 맛이었다. 시에노는 무지개 떡이 이런 맛을 낸다는 게 믿기 어려웠다.
    하트 모양은 특히 달았는데 모든 색깔보다 더 맛있었다. 덥석덥석 베어 먹다 보니 어느새 시에노의 손에는 텅 빈 한지만 들려 있었다. 시에노가 하나 더 사겠다고 말하려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과자 가게는 그곳에 없었다. 시에노는 집 앞 공원에 와 있었다.
    “뭐지? 내가 언제 공원에 왔지? 앗, 설마 그곳이 진짜 마법의 가게였던 거야?”
    시에노는 땅을 치며 후회했다.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 더 살걸!”
    시에노는 아쉬움에 혹시 한지에 가게 전화번호가 적혀 있지 않을까 해서 한지를 뒤적였다. 그러나 한지에는 전화번호가 아닌 빽빽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시에는 그 글을 소리내어 읽어 보았다.
    “‘이 <대화 무지개 떡>은 말솜씨와 말주변이 없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과자입니다. 훌륭한 말솜씨로 주변 친구들과 쉽게 대화하고 싶으시다면 이 떡을 드십시오. 다만 이 떡을 먹고 당신과 대화하고 싶어하는 다른 사람을 무시한다면 효과가 사라지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설마.. 진짜인가?”
    시에노가 긴가민가하고 있을 때 공원에서 놀고 있던 같은 반 도리코가 다가왔다.
    “안녕, 시에노! 혼자 뭘 중얼거리던데 뭐야?”
    평소 시에노라면 얼굴부터 붉혔을 것이다. 하지만...
    “안녕, 도리코! 여기서 만나다니, 우연이다! 뭘 읽고 있었냐고? 아, 그냥 과자를 먹었는데 거기 뭔가 적혀 있어서 읽어 봤어!”
    시에노의 입에서 말이 줄줄줄줄 튀어나왔다.
    “유통기한 같은 걸 본 건가? 역시 시에노는 꼼꼼하구나! 그럼 내일 보자!”
    도리코는 손을 흔들며 가 버렸다. 시에노의 마음속에서는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진짜인가 봐! 와, 이제 나도 사에루와 대화할 수 있을까?”
    시에노는 너무 기뻐서 한달음에 집에 달려갔다. 시에노는 숙제를 하면서도 잔뜩 들떠 있었다. 시에노는 잠잘 시간이 되었지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일이 얼른 되었으면 좋겠다!”
    시에노는 미소 지으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시에노는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시에노가 제일 좋아하는 초록색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시에노는 후다닥 학교로 갔다. 시에노가 학교에 가서 교과서를 준비하고 있을 때, 사에루가 교실에 들어왔다. 시에노는 제발 무지개 떡이 효과를 낼 수 있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며 사에루에게 다가갔다.
    “사에루! 좋은 아침! 오늘도 일찍 왔네?”
    평소 말수가 적던 시에노가 사에루에게 인사를 하자 사에루는 놀란 듯했지만 곧 방긋 웃으며 마주 인사했다.
    “시에노! 이 정도면 일찍도 아니지. 네가 더 일찍 왔잖아.”
    시에노는 너무 좋아서 폴짝풀짝 뛰고 싶었다. 시에노는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사에루와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이제 하루하루가 행복할 거야!”
    시에노는 너무나 즐거웠다. 쉬는 시간, 시에노는 도리코와 미코에게 다가갔다.
    “도리코! 미로! 무슨 얘기 해? 나도 들어도 돼?”
    시에노가 말을 걸자 도리코가 대답했다.
    “앗, 시에노 말솜씨가 엄청 늘었네? 아, 무슨 얘기 하냐면….”
    그때 사에루가 시에노에게 다가왔다.
    “시에노, 같이 도서관 갈래?”
    “어, 사에루! 좋아, 잠깐만, 반납할 책 좀 챙기고!”
    시에노가 자리를 뜨려 하자 도리코가 말했다.
    “어? 시에노! 아직 내 말 다 안 끝났는데...”
    “미안! 나 도서관 가야 해! 나중에 말해 줘!”
    시에노의 말에 도리코는 살짝 시무룩해졌다. 그 순간 시에노는 무언가가 번뜩 떠올랐다.
    “앗, 그 한지에 나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절대 무시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효과가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시에노는 더 이상 친구들과 대화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흑, 흐흑..”
    시에노가 흐느끼자 놀란 사에루와 토리로, 미코가 다가왔다.
    “왜 그래, 시에노? 어디 아파?”
    사에루가 깜짝 놀라 물자 시에노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흑.. 그러니까.. 흐흑, 무지개 떡...”
    “뭐어? 무지개 떡 먹고 싶어서 운다고? 아, 난 또.”
    도리코가 웃으며 시에노를 일으켜 줬다.
    “오늘 내가 사 줄게!”
    시에노는 따뜻한 도리코의 말에 <대화 무지개 떡>의 효과를 잃은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 내가 말을 잘하든 못하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지!’
    시에노는 눈물을 닦고 일어나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시에노는 진짜 친구가 생겼다.
  • 금상
    장윤서 (해오름초등학교 5학년) 대신 샤프/주제: 내가 상상한 과자로 이야기 짓기
    열 살 아야코는 글쓰기를 싫어하고, 재능도 없다. ‘글쓰기’라는 말만 들어도 손이 떨릴 정도이다. 아야코의 부모님은 아야코와는 다르게 두 분 다 작가였고, 부모님은 아야코에게 글쓰기의 재미를 가르쳐 주려고 매일 밤마다 그녀에게 글쓰기를 시켰다.
    하지만 아야코는 글쓰기에 재능이 생기기는커녕 글쓰기를 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야코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바로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으로 시내 백일장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는 것이었다. 아야코는 부모님에게 화를 냈지만, 아야코는 결정권이 없었고, 오히려 예선전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1년간 모든 전자 기기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엄마의 명령이 생겼다. 그렇기에 아야코에게는 예선 통과가 절실했다. 미루고 미루다가 예선 전날이 되어서야 현실과 직시한 아야코는 일단 집을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며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게 될지 고민하며 무작정 길을 걸었는데, 아야코의 발이 그녀를 어디론가 이끌었다.
    그녀의 발이 그녀를 이끈 곳은 사람 한 명이 겨우 드나들 정도의 작은 골목이었다. 그 골목의 끝에는 크고 오래된 간판을 걸고 있는 과자 가게 전천당이 있었다. 아야코가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과자와 장난감들이 즐비해 있었다.
    <인기 통통 떡>, <엄마 가면>, <족집게 통조림>, <왕사랑 만주>, <빼앗겠떡> 등 마법사들이 만들 법한 과자들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행운의 손님.”
    아야코를 부른 사람은 키가 아주 크고, 살집도 좋은 여자였다. 그녀는 동전 무늬가 그려진 자주색 기모노를 입고 있었으며, 알록달록한 유리구슬이 빛나는 비녀를 꽂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아야코에게 말을 건넸다.
    “아무래도 손님께서는 아직 원하는 과자를 찾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베니코가 한번 추천해 드려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야코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저는 제가 노는 동안 누군가가 제 일을 대신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되도록 완벽히요.”
    ‘에휴, 이런게 있을 리가 없지.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나도 참 한심하다.’
    아야코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아주머니는 그런 아야코를 비웃지 않고, 되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창고로 가 물건들을 뒤적이더니,샤프 하나를 꺼냈다.
    샤프는 투명한 케이스로 포장되어 있었는데, 맨 위에는 큰 글씨로 <대신 샤프> 라고 적혀 있었고, 샤프는 하늘색 선캐쳐가 달려 있었으며, 몸통은 투명했다.
    같이 들어 있는 샤프심의 색도 특이했는데, 보라와 하늘이 섞인 오묘한 빛깔이었다.
    “마치 이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 이것만큼은 무조건 사야 해!”
    왠지 모르지만, 이 샤프를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아야코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 이거 얼마예요?”
    아야코가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10엔이옵니다. 하지만 꼭1999년도에 발행된 10엔으로 주시옵소서.”
    아야코는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1999년도에 발행된 10엔을 찾았다.
    ‘아주머니는 어떻게 내가 그 년도 동전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셨지?’
    아야코가 신기해하며 나가려 하자, 아주머니가 아야코에게 말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일을 대신 해 주는 것은 좋사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진짜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시옵소서.”
    아야코는 들뜬 마음에 아주머니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집으로 갔다.
    공원에 도착해서 포장을 빠르게 벗겼다. 펜을 꺼내자 종이가 하나 툭 떨어졌다.
    “어? 이게 뭐지?”
    아야코가 종이를 열어 보자, 종이에는 사용법이 적혀 있었다.

    <대신 샤프 사용법>
    샤프가 해야 할 일을 샤프로 적어 준 후, 10분을 기다린다. 책 또는 영화 속의 제목과 장소를 적으면 책이나 영화 속으로 들어가 샤프가 대신하는 동안 들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샤프의 일이 끝나면 다시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밑에 조그마한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지만, 아야코는 별것 아니겠지라고 생각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야코는 결국 시내 백일장에 나가게 됐다.
    하지만 이제 아야코는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다. 그녀에겐 대신 샤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백일장 시작 10분 전, 아주 고요했다. 아야코는 챙겨 온 종이를 가지고 글쓰기 대회에서 ‘1등 하기’라고 적었다. 다른 종이에는 ‘숲속 오두막 집, 조그마한 버섯 집’이라고 적었다. 백일장이 시작되었을 때, 진짜 아야코는 버섯 집으로 놀러 가고, 샤프가 아야코 대신 글을 척척 써 주었다. 샤프가 쓴 글은 1등을 하게 되었고, 아야코가 재능 있다고 믿은 부모님들은 아야코를 수준 높은 논술 학원에 넣었다. 논술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는 당연히 아야코에게는 너무 어려웠고, 아야코는 모든 것을 샤프에 의존하게 되었다. 심지어 학교에 가고, 친구들이랑 노는 것조차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야코는 평소처럼 샤프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아야코가 한참을 기다려도 동화 속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냥 졸라맨 하나 그려 달라는 거였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아야코가 갇힌 지 3시간이 넘자, 아야코는 두려움으로 온몸이 떨렸다.
    ‘혹시 여기서 평생 못 나가는 건 아니겠지? 이런 걸 원하던 건 아니었는데…’
    “툭.”
    아야코가 우는 동안, 아야코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어? 이건 그때 그 설명서잖아? 이게 왜 여기에...? 혹시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 다시 한번 보자.”
    아야코가 설명서를 꼼꼼하게 다시 읽었는데, 조그마한 글씨가 눈에 띄었다.

    <주의 사항>
    이 샤프에게 너무 의존하면, 가상 세계에 갇히거나, 몸이 서서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샤프에게 시키지 말기를 권장합니다.

    아야코는 샤프에게만 의존했던 자신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혹시나 해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니, 몸이 약간 투명했다. 아야코가 다시 울음을 터트리자,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그 중 몇방울은 설명서에 튀었다. 그런데 눈물이 설명서에 튀자, 설명서에 새로운 글씨가 나타났다.

    <마지막 방법>
    당신이 이 글씨를 봤다는 것은 지금쯤 샤프에게 과의존해서 당신이 어딘가에 갇혔다는 뜻이겠죠.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딱 하나. 당신인 척 하는 샤프의 본체를 없애면 됩니다. 아마 당신 근처에 있겠죠.

    아야코는 이 글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반짝! 무언가가 빛나고 있었다.
    아야코가 다가가니 그것은 샤프였다. 아야코는 샤프를 잡고 부러트리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야코가 샤프를 잠시 내려놓았는데, 그 순간 샤프에서 아야코와 똑같은 외형을 가진 아이가 튀어나왔다.
    “아니.... 누구?”
    아야코가 놀라서 얼어붙자, 그 아이가 말했다.
    “나는 네가 심부름만 시키던 샤프. 이젠 네가 될 몸이지.”
    아야코는 기가 막혀서 말을 하지 못했다.
    “옛날에는 그냥 샤프였지. 하지만 생각해 봐, 나는 너 대신 일하고 모든 걸 다 했어. 이 정도면 그냥 너와 다름없잖아? 좀 솔직해져 봐. 너도 내가 다 하고 쉬는 게 좋잖아. 네가 여기 있어도 사실 생명에 지장은 없어. 아무도 너와 내가 바뀐 걸 눈치채지 못할걸. 자, 이제 넌 여기 남아. 난 간다.”
    아야코는 그대로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사실 저 아이의 말이 다 맞았다. 하지만 이젠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저 아이는 내가 아니니까.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야코는 달려서 아이의 뒤를 쫓았다.
    자세히 보니 아이는 아야코와 다른 점이 있었다.
    머리 끝 부분이 선캐쳐 모양이었다. 또, 피부가 약간 투명했다.
    아무리 샤프가 아야코를 따라하려고 해도, 샤프의 특성은 남아 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는 아야코와 똑같아지고, 선캐쳐도 점점 사라졌다.
    아야코는 아이가 완전히 변신하지 못한 부분이 약점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아이의 선캐쳐 부분을 잡아당겼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샤프로 돌아갔고, 아이가 없어지자, 아야코는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샤프는 아직 아야코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아야코는 미련 없이 샤프를 버리고,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삶을 시작했다.
  • 은상
    신하윤 (꿈틀자유학교 5학년) 눈알젤리/주제: 내가 상상한 과자로 이야기 짓기
    “하... 너무 피곤해!!”
    이사카 도모나리가 외치었다. 요즘 도모나리는 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일, 직장 상사의 괴롭힘, 밀린 월세 등 만만치 않았다. 또 소심한 성격 때문에 상사가 퇴근 후 추가 업무를 시켜도 무어라 말하지 못했다. 잘해 보려고 노력해도 계속 실수하고 꾸중을 듣기만 하고 “이사카 씨, 졸지 마세요! 같은 말들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것들쯤은 이겨 낼 수 있다. 지금 소원이 있다면 당장 잠이라도 자고 싶었다.
    어제랑 오늘도 2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주말에는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도모나리의 일주일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하...”
    한숨을 내쉬며 걸어가던 중 달콤한 과자 냄새가 났다. 과자 냄새에 이끌려 걷다 보니 <전천당> 이라는 낡은 과자 가게 앞이었다.
    “전에는 못 보던 가게였는데..?”
    그곳에는 알록달록한 과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과자 이름도 특이했다.
    <고양이 눈깔 사탕>, <벼 사랑 칼슘 캔디>, <전투 카라멜>, <어둠의 칵테일>, <요괴 껌>, <음화 초콜릿>, <마네키네코 떡>, <무지개 물엿>, <후들후들 유령 젤리>, <아가아가 봉>, <거북 등딱지 사탕>, <소풍 도시락>, <제비 알 만주>, <박쥐 전병> 등 생전 처음 보는 과자들과 문구들이 잔뜩 있었다. 다른 가게하고는 차원이 다른 그런 느낌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종류도 다양하고 신기한 것이 더욱 더 많았다.
    “우와!! 미남 마스크 팩? 맹수 비스킷? 진짜 다 갖고 싶은데?”
    도모나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과자를 좋아하는 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 과자들을 몽땅 사고 싶을 정도로 다 맛있고 신기해 보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때 카운터에서 누군가 나왔다. 옛날 동전 무늬가 들어간 기모노를 입고 키가 크고 덩치도 엄청나게 커서 꼭 씨름 선수 같았다. 예쁜 유리알 비녀로 새하얀 머리를 곧게 올리고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자였다. 주름이 없고 화려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몇 살인지 가능하기 어려웠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전천당, 행운이 필요하신 손님들께서 찾아오시는 가게지요. 저는 이 가게의 주인장 베니코라고 하옵니다.”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듯이 특이한 말투로 말했다.
    “손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베니코가 물었다.
    “그냥 과자 사러 왔어요”라고 말하려던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회사에서 잠을 자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앗! 말한 순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을 게으르고 아무에게나 속내를 털어놓는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베니코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손님에게는 이 물건이 제격이겠군요.”
    베니코가 건네준 것은 <눈알 젤리>라고 쓰여 있는 눈알 모양 젤리였다.
    “젤리를 먹고 자면 사람들은 손님이 눈을 뜨고 있는 줄 알 겁니다.”
    도모나리는 젤리를 보자마자 사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생겼다.
    ‘꼭 가져야겠어.’
    도모나리는 생각했다.
    “이거 주세요. 얼마예요?”
    도모나리가 물었다.
    “10엔입니다.”
    “네? 그렇게나 싸다고요?”
    “네.”
    베니코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요.”
    도모나리는 주머니를 뒤져 10엔짜리 동전을 건넸다.
    “음... 이 동전 말고 1983년도 10엔을 주십시오.”
    베니코가 동전을 돌려주며 말했다.
    “어....”
    도모나리가 고민하자 베니코가 말했다.
    “분명히 있을 겁니다.”
    베니코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하자 발행 연도가 무슨 상관이냐고 따지려던 도모나리는 주머니 속을 다시 뒤져서 1983년도 10엔 동전을 찾아서 건네 주었다.
    “호호호. 오늘의 행운의 동전 1983년도에 발행한 10엔이 틀림없이 맞군요. 그럼 이것은 손님 것입니다.”
    도모나리는 너무나 기뻐서 젤리를 들고 뛰쳐나왔다.
    “하지만 제 할일을 하는 것도 모든 세상 의 도리입니ㄷ…”
    나갈 때 베니코가 무어라 말한거 같았지만 도모나리는 듣지 못했다.
    *
    다음 날 회사로 출근한 도모나리는 아무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젤리를 개봉했다.
    “우와!!”
    도모나라는 ‘혹시 사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젤리를 한입 베어 물었다. 앙! 하고 물자마자 도모나리는 눈을 번쩍 떴다. 깨물자마자 팡! 터지고 꿀처럼 달달한 빨간색 딸기잼이 줄줄 흘러나왔다. 말랑하고 쫀득한 겉 부분은 새콤한 맛으로 단맛을 잡아 주었다. 쫀득쫀득 씹을 때마다 딸기 향이 훅훅 들어왔다. 젤리의 맛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무의식적으로 하나를 더 집어 먹으려다 간신히 참았다. 눈알 젤리 빈 껍질을 고이 접어 서랍에 넣고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고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안녕하세요.”
    부장님이 인사하는 소리다. 부장님은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이 일을 하나 안 하나 하고 회사를 쭉 둘러본다. 부장님은 많이 조는 나를 제일 독하게 감시한다. 젤리가 사기면 바로 알아 차릴 것이다. 뚜벅뚜벅.. 뚜벅.. 탁!
    내 자리에서 멈추었다.
    ‘윽.. 역시 들키는 건가?!’
    가슴이 쿵쾅쿵쾅! 미친듯이 뛰었다.
    “음.. 이사카 씨…. 오늘은 졸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는군요!”
    내 눈이 떠 있다고? 그 젤리는 사기가 아니었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은 채 계속 말했다.
    “하하! 제가 조는 순간마다 꾸짖어 주신 부장님 덕분입니다.”
    “허허허.”
    부장님이 웃으며 지나갔다.
    도모나리는 마음을 놓고 잠을 취했다. 젤리를 먹고 나니 더 피곤했다.
    *
    다음 날 주말이 찾아왔다. 잠을 자니 주말 아침이 개운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왜냐하면 오늘 여자 친구 스즈키 시호에게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시내로 나가니 여자 친구 시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시호가 큰 소리로 불렀다.
    “시호~”
    도모나리는 달려가서 시호를 꼬옥 안아주었다.
    “ㅎㅎ오빠~ 오늘은 안 피곤해? 맨날 피곤하다고 나랑 데이트할 때 졸기만 했잖아!”
    시호가 웃으며 물었다.
    “응!! 오늘 재밌게 데이트하자!”
    시호와 도모나리는 길거리 당고도 먹고 프리쿠라도 찍고 알차게 데이트했다. 도모나리는 시호를 데리고 고급 레스토랑을 갔다.
    “우와! 여기 뭐야?”
    테이블에 앉으며 시호가 감탄했다.
    “스즈키 시호..”
    갑자기 도모나리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나 널 너무 사랑해. 나랑 결혼해 줄래?”
    도모나리가 반지를 꺼냈다. 두근! 두근! 도모나리의 가슴이 뛰었다.
    “오빠…”
    시호가 눈물을 흘렸다.
    “좋아!”
    마침내 대답했다. 도모나리는 너무 기뻐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다.
    한창 밥을 먹던 중 시호가 말했다.
    “오빠... 나 사실 오빠랑 헤어지려 그랬다?”
    “뭐?!!”
    도모나리가 너무 놀라 크게 소리쳤다.
    “아니… 오빠가 나한테 너무 관심을 안 주고 피곤하다고만 하니까.. 근데! 오늘 알았어. 오빠는 날 사랑한다는걸.”
    도모나리는 이 모든 게 눈알 젤리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
    도모나리는 훌륭한 집중력이라며 사람들에게 칭찬도 받고 승진도 했다. 여자친구 시호와도 사이는 점점 좋아지고 결혼식 날짜도 잡혔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여느 날처럼 회사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때였다. 신입 사원 사토우 유진이 커피를 타 가던 중 자고 있는 도모나리 발에 걸려 넘어지자 커피가 쏟아지며 콘센트에 묻었다.
    “앗! 이사카 씨 죄송합니ㄷ.. 어? 꺄! 불이야~!”
    쏟아진 커피와 전기가 맞닿으며 불이 났다.
    “119에 어서 신고해!”
    “빨리 대피해야 돼요!”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대피하였지만 깊게 잠들어 있는 도모나리는 미쳐 대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길은 점점 더 커져 가고 어느새 주위를 휩쌌다. 그때! 도모나리 얼굴로 책이 떨어졌다.
    “아야! 으.. 이게 뭐지? 헉! 불이잖아!”
    순간 당황한 도모나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서 있었다.
    “하.. 대피해야 하는데…”
    도모나리의 눈앞이 흔들리더니 결국 쓰러지고 타닥.. 타닥.. 눈알 젤리 봉지는 불에 다 타 버렸다.
    *
    “으... 뭐지?”
    눈을 떠 보니 병원 침실이었다. 눈앞에는 부모님과 시호가 울고 있었다.
    “어! 오빠 정신이 들어?”
    시호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모나리!! 어떻게 된 거야?”
    부모님이 울며 물었다.
    “분명 불이 난 회사였는데..”
    도모나리가 중얼거렸다.
    “불이 났는데 오빠가 대피하지 못했어.... 쓰러져 있는 걸 소방관이 구조했어.”
    시호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오빠가 불이 나도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었대… 어떻게 된 거냐고!!”
    시호가 소리쳤다.
    “어... 그게... 음.”
    도모나리가 머뭇거렸다.
    ‘하… 눈알 젤리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고민하던 도모나리가 다시 말했다.
    “그래! 일에 너무 집중했었나 봐..”
    도모나리가 멋찍은 척 웃었다.
    “그게 할 말이냐.”
    부모님이 소리치며 울었다.
    “네가 죽은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도모나리와 부모님, 그리고 시호는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도모나리는 생각했다.
    ‘그래! 이제 내 할 일은 내가 스스로!! 딴짓하지 않고 해야겠어!!’
    *
    그 후로 눈알 젤리의 효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 후 회사로 출근한 도모나리를 부장님이 불렀다.
    “도모나리, 이 서류를 퇴근한 후 정리해 오세요.”
    도모나리는 결심한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전 회사에서만 일을 합니다. 부장님 일은 부장님 스스로 하세요!!”
    도모나리는 이렇게 소리치고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부장실을 나왔다.
    도모나리는 눈알 젤리 뒷면에 쓰여 있는 주의 사항을 읽지 못했었다.
    주의 ※ 봉지가 타거나 파손될 경우 젤리의 효력은 그 즉시 사라집니다. ※

    이사카 도모나리, 25세, 1983년 발행 10엔, 남자
  • 동상
    이다온 (가온초등학교 1학년) 달빛 과자/주제: 내가 상상한 과자로 이야기 짓기
    어느 날 학교를 갔다 오는 길에 니카는 골목에 다다랐다.
    “어? 저기는 어디지? 난 궁금해.”
    가다가 나는 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이름은 전천당이다. 그때 갑자기 씨름 선수만큼 큰 아주머니를 봤다.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행운의 손님. 무엇을 원하십니까? 소원을 말해 주세요.”
    “저의 소원은 제 키가 커지는 것이에요.”
    니카가 대답했다.
    “그러면 안성맞춤인 물건이 있사옵니다. 그 물건의 이름은 달빛 과자입니다. 그것을 먹으면 키가 커 보입니다. 값은 1999년에 발행한 50엔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50엔이 있으니까 살 수 있겠지?’
    나는 그 아주머니에게 50엔을 주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당신의 것입니다.”
    나는 너무 신나서 집에 뛰어갔다. 집에 가자마자 달빛 과자를 뜯었다. 그때 갑자기 아주머니가 한 말이 내 머리에 생각났다.
    ‘주의 사항을 잘 보십시오.’
    그런데 주의 사항을 찾아봐도 없었다.
    ‘그 아주머니는 주의 사항이 없는데 있다고 거짓말한 건 아닐까?’
    니카는 주의 사항을 찾지 못한 채 달빛 과자를 뜯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니카는 달빛 과자의 효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새벽 두 시, 갑자기 니카의 몸이 욱씬거렸다.
    다음 날 아침 니카는 헐레벌떡 일어나 학교를 갔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선생님께서 “니카야! 왜 이렇게 키가 커진 거니?” 하고 말해주시자 니카는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어제 먹었던 달빛 과자가 머리 위로 쑥 떠올랐다.
    “선생님, 저는 어제 전천당이라는 과자 가게에서 달빛 과자를 사서 먹었기 때문이에요.”
    니카가 말했다.
    “아 그렇구나. 선생님이 몰랐네…”
    니카의 가방 속에는 달빛 과자 포장지가 있었다. 포장지에는 작은 글씨로 주의 사항이 써져 있었다.
    니카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벌러덩 넘어졌다.
    주의 사항
    <달빛 과자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자랑하면 달빛 과자는 화가 나서 오히려 키를 10배 작게 만듭니다.>
    “으악!! 이런 걸 몰랐다니..!!”
    그때 갑자기 니카의 몸이 욱씬거리다가 멈췄다. 그리고 니카의 키는 달빛 과자를 먹기 전보다 10배 더 작아졌다. 개미만큼 키가 작아진 니카를 선생님은 보지 못했다.

    남자아이, 니카 8세, 50엔
  • 인기상
    문소영 (여수 웅천초등학교 6학년) 시간, 그리고 죽음-타임라임/주제: 전천당에 나오는 과자로 이야기 짓기
    89세 김복순 씨는 항상 말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이제 죽을 때가 됐어. 89살이면 많이도 살았지.”
    씁쓸한 듯한 말투에 가족들은 고개를 저으며 답한다.
    “무슨 말이세요, 어머님. 아직 멀었어요! 손주들 결혼하고 아기 낳는 것까지 보고 가셔야죠..”
    “맞아, 엄마. 엄마 아직 팔팔해. 그런 소리 하지 마.”
    “에구에구. 말이라도 고맙다.”
    사실 이런 위로를 들으려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속으로는 말과 완전히 대비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시간은 제한적이다. 모두에겐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지지만 누군가는 길다고, 다른 누군가는 너무 짧다고 느낀다. 복순 씨는 후자에 가까웠다.
    “인생은 너무 짧아. 사람이 사는 데엔 더 시간이 필요해. 우리는 그럴 수 없으니 시간을 절약한다고 하는 거지.”
    이것이 그녀의 인생관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시간은 무엇을 어찌할 수도 없으니 기분이 언짢기만 하네.’
    이런 생각을 하며 복순 씨는 아파트 단지 공원을 걸었다. 이게 마지막 산책이 될 지도 몰랐다.
    ‘김복순 님... 아무래도 요양 병원에 있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갑자기 건강 상태가 악화되는 바람에...’
    ‘갑자기요? ... 가족들과 한번 상의해 보겠습니다.’
    의사와의 대화를 회상하며 그녀는 계속 걸어갔다. 이 시간만큼은 길게 느껴지길 바랐다.
    ‘진짜 죽을 때가 됐나.. 죽고 싶지 않은데.’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골목길에 다다랐다.
    골목길엔 오싹하게도 거미줄이 처져 있고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스스슥거리는 이상한 소리도 들려왔다.
    “어머나. 휴대폰도 먹통이네.. 이를 어쩐담. 일단 걸어가 보자.”
    89년 인생에 또 길을 잃는 건 처음이네.. 중얼거리며 복순 씨는 앞으로 나아갔다. 어서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그녀의 몸은 따라 주지 않았다.
    “아이구! 무릎이 왜 이렇게 아프지? 이젠 움직이기도 힘들다. 잠시만 쉬고 가… 응? 저건 뭐지?”
    그녀의 눈길이 닿은 곳은 이상한 가게였다.
    “전…천당?”
    신비로운 과자 가게였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골목길의 분위기와 조화롭게 느껴지며 그 안에 있는 과자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보석처럼 반짝거리며 빛나는 듯했다.
    “네잎클로버 차? 열정 파워에이드? Vet맨 파이? 독특한 과자가 많구나… 어렸을 때는 이런 거 몰래몰래 사 먹고 했는데. 추억이다, 정말!”
    복순 씨는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진난만하고 빛났던 그때의 자신으로.
    “저어,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실까요?”
    “깜짝이야! … 주인이신가요?”
    “예, 제가 주인인 베니코라고 하옵니다.”
    인기척도 없이 복순 씨에게로 다가온 사람에게 그녀는 위압감을 느꼈다. 커다란 몸집에 동전 무늬가 새겨진 자주색 기모노를 입고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 주름 하나 없이 탱글탱글한 얼굴을 가진 가게 주인은 자신은 ‘베니코’라고 소개하며 요상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행운의 손님. 여기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이옵니다. 손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는 아주 특별한 과자를 팔고 있지요. 무엇을 원하시옵니까?”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과자? 요즘 과자 가게는 이런 컨셉으로 운영하나? 정말 소원을 이루어 준다면 나는…!’
    “저는 시간이 부족해요. 시간을 길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복순 씨는 자기도 모르게 술술술 소원을 털어놓았다. 말을 하는 순간에도 남에게 이런 소망을 털어놓은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놀랐다.
    “그런 과자는….”
    “역시 없겠죠? 하, 하하 … 농담한 거였어요. 시간은 제한적이죠. 뭐 어떻게 길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녀는 무안해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요, 있습니다. 마침 손님에게 딱 필요한 과자를 만들었사옵니다.”
    “네?”
    베니코는 주섬거리며 가게 진열장에서 한 과자를 꺼내 왔다.
    “이것이 손님에게 제격인 과자, 타임 라임입니다. 가격은 단 500원, 단 2013년에 발행된 500원이야 하옵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2013년에 발행한 500원이요? 잠시만요, 있을지 모르겠네...”
    복순 씨는 허겁지겁 지갑을 뒤지기 시작했다.
    “너무 조급해하시지 마십시오.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여기 있다!!”
    마법처럼 2013년에 발행된 500원이 복순 씨의 지갑에 들어 있었다.
    “어떻게 아신 건가요?” 그녀가 동전을 건네며 말했다.
    “손님이 행운의 손님이시기 때문이죠. 자, 여기 타임 라임 드리겠사옵니다. 설명서를 잘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어! 타임 라임!’
    그녀는 선물 받은 어린이처럼 속으로 방방 뛰었다.
    “정말 감사합.. 어라?”
    언제 돌아왔는지 어느새 그녀는 익숙한 그녀의 동네로 돌아와 있었다.
    ‘꿈이었나?’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바라보니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타임 라임이 들려져 있었다.
    ‘실제 있었던 일이었어!’
    복순씨는 벤치에 앉아 타임 라임의 포장지를 깠다. 포장지를 벗겨 내니 말린 라임 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미 충분히 가공했을 텐데도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는 연둣빛의 라임, 그 위에 마치 시곗바늘처럼 올라가 있는 초콜릿이 달콤함으로 라임의 신맛을 잡아 주며 맛의 균형이 조화롭게 유지되었다.
    식감은 오독오독 씹히다 사르르 녹아 버리는 초콜릿과 아삭거리고 조금은 쫀득거리는 라임이 혀 위에서 탱고를 추는 느낌이었다.
    ‘으음~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맛있는 과자는 처음이네. 맞다! 설명서를 읽어 보랬지? 어디 보자아…’
    -타임 라임 사용 방법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기 전에 “타임, 타임!” 하고 외치면 그 시간을 평소의 두 배 만큼 느긋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퀵 타임!” 하고 외치면 시간을 빨리 흐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끝내고 싶을 때는 “타임 스톱!” 하고 외쳐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이 주문을 잊어버리고 다음 주문을 외치면 그날 하루는 온종일 타임 래그가 일어나 시간대가 뒤죽박죽이 됩니다.
    ‘정말 마법 같은 이야기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내 소원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들떠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곧장 집으로 향했다.
    ‘한번 시험해 볼까?’
    “엄마! 어디 갔다가 오신 거예요? 한참 찾았잖아요.”
    “이 앞에 공원에 산책 한번 하고 왔다. 마지막 산책일지도 모르는데 오랫동안 있다 와야지.”
    “그래도 공기가 차요.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은데 조심해야죠. 그리고...”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들의 잔소리에 복순 씨는 조용히 외쳤다.
    “퀵 타임!”
    그러자 아들의 목소리가 돌고래처럼 높아지고 말도 매우 빨라졌다. 말 그대로 배속을 한 것 같았다.
    “타임 스톱!”
    “...아무튼 이틀 후부터 요양병원으로 가기로 했으니까 몸 조심하시고 계세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속도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효과는 굉장했다.
    ‘그렇다면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것도...?’
    “타임, 타임!”
    그녀의 말에 다시금 시간이 변화되었다. 모든 것이 느려졌다. 아니, 혹은 그녀의 시간이 빨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직 복순 씨만이 다른 시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움직이며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얕게 불다 몸을 만나 갈라지는 바람의 흐름이 산뜻하게, 타임 라임의 맛처럼 그녀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이 시간이 계속되기를, 그녀는 간절히, 그리고 절실히 바랐다.
    이틀 뒤, 복순 씨는 요양원으로 떠났다.
    “어머님, 여기가 좀 멀긴 해도 공기가 좋아서 회복될 가능성이 좋대요. 저희도 최대한 많이 와 보도록 할 테니까 건강 잘 챙기고 계셔요.”
    “아니다, 많이 올 필요 없어.”
    “어허! 그런 말 말라니까, 엄마. 건강히 계셔요.”
    “그래 잘 가라.”
    작별 인사를 하고, 가족들이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마음이 조금 심란해진 것 같았다.
    “다음에 오면... 타임 라임으로 오랜 시간 있도록 해 볼까.”
    일주일. 아직 멀쩡하다.
    신선한 공기에 숨을 한껏 들어마시고 타임 라임을 이용해 오랜 여유를 즐겼다.
    한 달. 조금 심심해지려고 한다.
    하지만 늙을 때까지 못했던 일들을 앉아서 잔뜩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시간을 채워 줬다.
    두 달이 세 달이 되고, 여섯 달, 일곱 달을 지나 1년. 자그마치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나갈 때마다 복순 씨는 점점 힘들어졌다. 떨어져 있다는 것이, 죽음에 가까워지는 듯한 감정이 끔찍한 느낌이었다. 가족들은 이제 거의 오지 않는다. 거의 모든 날을 타임 라임의 ‘퀵 타임’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녀는 옛날과는 대조적으로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랐다. 그러면서도 죽음이 두려워 다시 ‘타임, 타임’을 외치다 타임 래그에 걸리기도 했다.
    그녀는 차츰 망가져 갔다.
    “내가 왜 이렇게 됐더라... 이 빌어먹을 요양병원 때문인가.”
    핑글. 눈앞이 하얗게 변하며 빙그르르 돌았다. 그리고 복순 씨는 낙엽이 떨어지듯 풀석.
    쓰러졌다.
    “어, 여기 누가 쓰러졌어요! 여러분!!”
    “어머나! 의사 불러 와! 저기요?! 저기요! 일어나 보세요!”
    이런 외침도 아득하게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몽롱한 정신 속에서 누군가의 대화가 그녀의 귀로 들려왔다.
    “...예. 그 환자 분은 몸 상태가 많이 악화되셨습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시간이 얼마 안 남으신 것 같더라고요. 최선을 다해 보긴 하겠다만 미리 마음을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 미안해.. 흑흑.”
    ‘아들이 왔구나... 진짜 죽을 때가 된 걸까.’
    그녀는 기분이 울적해졌다.
    이렇게 죽을 때가 되어야지만 찾아오는 거야? 아무리 내가 늙고 민폐만 끼치는 노인이라고 해도, 이제야 오는 이유는 뭐야?
    이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전할 수는 없었다. 미워도 자식이라고, 차마 탓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드, 쿨럭쿨럭!”
    “어, 엄마!”
    “환자 분,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누워 계셔야죠.”
    “….네. 알겠습니다.”
    이젠 앉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하는 거야? 순간 복순 씨는 울컥했다. 그러나 금세 평정심을 되찾고 물었다.
    “제 몸 상태가 악화되었다고요?”
    “..예. 아무래도 며칠 안 남은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라 말할 만큼….”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ㅇ…’
    속마음은 깊은 심연에 눌러두고 그녀는 태평하게 말했다.
    “어차피 사람은 다 죽는걸요. 그런데 며칠 정도 남은 건지....?”
    “이런 말씀드리기 죄송하다만... 길어 봤자 3일입니다.”
    “엄마가 무슨 시한부예요? 길어 봤자라뇨. 의사가 그런 말씀을 하면 안 되죠!!”
    아들은 울부짖었다.
    “하지만 환자 분 몸 상태는 시한부와 다름없습니다.”
    “그만! 그런 얘기는 그만하세요! 엄마, 병원 큰 곳으로 옮기자. 응?”
    죽음이 올 때까지 3일. 타임 라임을 사용한다면 6일. 누군가에게는 길고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 것이다. 그러니...
    “아니야. 그 대신 죽기 전에 우리 가족들이나 보자. 손자, 손녀 안 본 지도 오래됐고...”
    “그,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복순 씨는 두려웠다. 울고불고하면서 살려 달라고 매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저까지 그런다면 그녀의 가족은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지막까지 울지 않기로 결정했다.
    “얘, 내가 안 우는데 네가 울면 어떡하니? 그러지 말고. 넌 한 가족의 가장이잖니.”
    그녀의 말에 아들의 얼굴은 조금 가라앉았다.
    “...네. 남은 시간 의미 있게 보내요.”
    “그래.”
    그날이 죽음까지 3일 남은 날이었다.
    다음 날.
    죽음까지 D-2. 복순 씨는 이날 하루종일 가족들과 마주 보았다.
    그들의 얼굴형. 눈썹과 머리카락의 길이부터 눈, 코, 입의 위치와 크기. 그리고 색깔은 어떤지 밝은지 어두운지, 점은 어디 있는지 표정은 어떤지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관찰했다. 절대 잊지 않을듯.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복순 씨의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계속 있었다. 단지 깊게, 그리고 그윽하게 심연을 꿰뚫을 만큼 응시했을 뿐이다.
    죽음까지 D-1. 그녀는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는 장소를 걸었다.
    가족들의 걱정에도 그녀는 그저 걸었다.
    ‘그래... 타임 라임도 이곳에서 시작했지. 시간이 참 빠르구나.’
    그녀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동네 공원이었다.
    복순 씨는 이 장소를 항상 사랑했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살갗을 스치고, 나뭇잎들은 서로 부딪히며 간지러운 소리를 낸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 사람들이 걷고,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또 다른 그녀의 낙이었다.
    해가 저 산 사이로 들어가 노을이 지는 풍경은 황홀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게 했다.
    그러므로 그녀는 이 공원이 그녀의 인생의 마지막이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행복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것 중에 하나이기에.
    죽음까지 D-day. 그녀는 이제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응. 아마도. 죽음의 고통이 두려울 뿐이지, 삶에 대한 미련은 없어.’
    그녀는 가족들의 앞에서 눈을 감았다. 평온하게. 여행을 떠나듯이.
    …아니,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복순 씨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타임 라임의 타임타임. 그 효과는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었다.
    ‘뭐지? 왜 죽지 않... 타임 라임!’
    아직 그녀는 타임 스탑을 외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타임타임의 효과로 죽음은 더 느리게, 그리고 깊게 다가왔다.
    ‘아, 아파!!! 고통스러워!!’
    “퀴, 퀵 타임..!”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주문, 퀵 타임을 외쳤지만, 그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푸우욱, 묵직하게 고통이 몸을 옥죄어 왔다.
    ‘대체 왜...?’
    타임 래그. 복순 씨는 타임 스톱을 외치지 않고 바로 퀵 타임을 외쳐 버렸다.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그녀의 사건의 흐름은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죽을 때도 편안하게 죽을 수 없는 거야?!’
    눈앞이 흐려졌다. 머리는 핑글핑글 돌며 심장은 끊어지는 것처럼 투둑투둑 투두둑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 온몸의 근육은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며 토네이도처럼 괴로움이 전신을 휘감았다.
    ‘나는... 나는 아프고 싶지 않아… 살려 줘….’
    아니, 아니다. 차라리..
    “타임 라임 따위 먹지 않았다면... 조금 더 편했을까?”
    아. 다시금 고통이 그녀를 덮었다.
    그 시각. 전천당에서 베니코는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번에도 불행 벌레가 탄생해 버렸군요. 이 동전은... 어머나. 저번에 타임 라임을 사 가셨던 손님의 것이네요. 그 손님, 사신이 붙어 계신 것 같던데... 결국 불행해졌나 보군요.”
    “미야아옹.”
    그녀는 검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했다.
    “역시 사신을 쫓는 부적을 추천해 드렸어야 했을까요...”
    그러나 그녀는 끝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선택을 한 것도 손님이고 그 또한 손님의 운이니 말이죠.”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일어나 가게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故김복순, 90세, 여자, 2013년 발행 500원

수상자 상품 안내